"내 IRP에 지금 뭐가 들어있지?"
이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있는 직장인이 10명 중 2명도 안 돼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2025년 말 53조 3,318억원을 넘었는데, 그중 85.4%가 안정형(원리금보장) 상품에 몰려있거든요. 그 결과 전체 가중평균 수익률은 겨우 3.69%에 머물렀어요.
같은 시기 적극투자형 평균은 14.93%. 수익률 차이가 무려 약 5.7배예요. 1억원을 굴렸다면 1년에 1,230만원 차이가 나는 거죠.
디폴트옵션이 뭔지, 왜 이렇게 격차가 벌어졌는지, 내 나이와 상황에 맞는 상품은 어떻게 고르는지까지 한 번에 정리했어요.
디폴트옵션은 '안 고르면 자동으로 가는' 상품이에요
디폴트옵션의 정식 명칭은 사전지정운용제도예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1조의2에 근거해서 2022년 4월 14일 시행됐고, 같은 해 7월부터 본격 운영됐어요.
구조는 이렇게 생겼어요.
- DC형 퇴직연금이나 IRP에 가입했는데
- 내가 운용 상품을 직접 지정하지 않았을 때
- 사업자(금융사)가 사전에 고용노동부 승인을 받아둔 상품으로
- 자동으로 내 적립금을 굴리는 제도
DB형 퇴직연금은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지기 때문에 디폴트옵션 대상이 아니에요. DC형과 IRP만 해당돼요.
참고
2주 이내에 내가 상품을 고르지 않으면 사업자가 지정해둔 디폴트옵션으로 자동 매수돼요. 대부분의 사업자가 "최저 위험" 상품을 기본값으로 깔아두기 때문에, 계좌만 만들고 방치하면 원리금보장형에 묶일 가능성이 높아요.
1년 수익률이 5.7배 차이 난 이유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가 2026년 2월 27일 합동으로 공시한 2025년 말 기준 수익률을 보면 이래요.

| 위험등급 | 1년 평균 수익률 | 적립금 비중 | 가입자 비중 |
|---|---|---|---|
| 안정형 | 2.63% | 85.4% | 79.4% |
| 안정투자형 | 7.47% | 7.3% | - |
| 중립투자형 | 10.81% | 4.7% | - |
| 적극투자형 | 14.93% | 2.6% | - |
| 전체 가중평균 | 3.69% | 100% | 734만명 |
(출처: 금융감독원·고용노동부 합동 공시, 2026.2.27)
눈에 띄는 건 적립금 85.4%가 안정형에 몰려있다는 점이에요. 수익률이 10% 넘는 중립·적극투자형에는 전체 적립금의 7% 정도만 들어가있죠. 그래서 수익률이 두 자릿수인 상품이 있어도 평균이 3.69%에 갇힌 거예요.
상품 단위로 내려가면 격차는 더 커져요. 적극투자형 1위인 한국투자증권 BF1은 1년 수익률 26.62%, 반대편 안정형 중 일부 은행 상품은 **2.20%**에 머물렀어요. 같은 해 같은 제도 안에서 약 12배 차이가 난 거죠.
왜 다들 안정형만 골랐을까요
이건 '행동관성'이라는 현상이에요.
- 상품 선택이 어렵다고 느껴서 미루다가 자동 배정됨
- "원금 보장" 문구가 안심돼서 그대로 둠
- 한번 고른 뒤로 변경할 생각을 안 함
문제는 연 2.6%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3.0~3.5%)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거예요. 명목으로는 돈이 늘지만 실질 구매력은 거의 정체되거나 오히려 줄어요.
디폴트옵션 4가지 상품 유형 한눈에
고용노동부는 디폴트옵션을 4단계 위험등급으로 분류해요.
| 위험등급 | 주요 구성 | 예시 상품 | 추천 대상 |
|---|---|---|---|
| 안정형 | 정기예금, GIC, 이율보증형 보험 100% | 사업자별 정기예금, IBK연금보험 GIC | 은퇴 3년 이내·원금 손실 절대 불가 |
| 안정투자형 | 채권 70~80% + 주식 20~30% | 채권형 펀드, 저위험 BF | 은퇴 5~10년 내외·변동성 최소화 |
| 중립투자형 | 채권 50% + 주식 50% | TDF(2030~2040), 밸런스드펀드 BF | 은퇴 10~20년 남음·균형형 |
| 적극투자형 | 주식 70% 이상 + 일부 채권 | TDF(2045~2060), 성장형 펀드 | 은퇴 20년 이상·장기 성장 추구 |
TDF와 BF, 뭐가 다른가요
디폴트옵션에서 가장 많이 보는 게 TDF와 BF 두 가지예요. 실적배당형 상품 중 TDF가 70%, BF가 30%를 차지해요.
TDF (Target Date Fund·타깃데이트펀드)
- 상품명에 2030, 2040, 2050 같은 숫자가 붙어있어요
- 이게 '은퇴 목표 연도'예요
- 은퇴까지 시간이 많으면 주식 비중을 높게, 가까워질수록 채권 비중을 높게 자동 조정
- 비행기가 활공하며 착륙하는 경로에서 따온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 방식
BF (Balanced Fund·밸런스드펀드)
- 주식·채권 비율이 처음부터 고정된 상품
- 예를 들어 "주식 50%, 채권 50%"를 유지
- 시장이 움직여도 이 비율을 계속 맞춰줘요
- 은퇴 연도와 상관없이 일정한 위험·수익을 가져가는 구조
TDF가 '자동 조종 모드'라면, BF는 '수동 설정 유지'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2030~2040대 직장인이 "신경 쓰기 싫다"면 TDF, "비율을 직접 고정하고 싶다"면 BF가 더 잘 맞아요.
꿀팁
계좌 구조(ISA·연금저축·IRP)부터 정리하고 싶다면 ISA vs 연금저축 vs IRP 비교 가이드를 먼저 보는 게 좋아요. 이 글은 "IRP 계좌 안에서 어떤 상품을 고를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나에게 맞는 유형 고르는 4가지 기준
디폴트옵션 유형 선택은 복잡해 보이지만, 4가지 축만 정리하면 금방 답이 나와요.
축1. 은퇴까지 남은 기간
- 25년 이상 → 적극투자형 (성장 여력 최대)
- 15~25년 → 중립~적극투자형
- 5~15년 → 안정투자형~중립투자형
- 5년 이내 → 안정형~안정투자형
축2. 기존 자산 중 위험자산 비중
- 주식·ETF가 이미 많다면 → 퇴직연금은 보수적으로
- 현금·예금 위주라면 → 퇴직연금에서 위험자산 편입
축3. 소득의 안정성
- 공무원·대기업 정규직 → 위험자산 비중 올리기 쉬움
- 프리랜서·자영업 → 보수적으로 운용 권장
축4. 심리적 위험 감내도
- "-20%까지는 참을 수 있다" → 적극투자형
- "-10%면 잠이 안 온다" → 안정투자형~중립투자형
나이대별 추천 매트릭스
위 4축을 종합하면 대체로 이렇게 정리돼요.
| 나이·은퇴까지 | 기본 추천 | 보수 성향 | 공격 성향 |
|---|---|---|---|
| 20~30대 (25년+) | 적극투자형 TDF2055~2060 | 중립투자형 TDF2050 | 적극투자형 주식형 펀드 |
| 30대 후반~40대 초반 (20~25년) | 중립~적극 TDF2045~2050 | 중립투자형 TDF2045 | 적극투자형 TDF2055 |
| 40대 중후반 (15~20년) | 중립투자형 TDF2040~2045 | 안정투자형 TDF2040 | 적극투자형 TDF2045 |
| 50대 (10~15년) | 안정투자형 TDF2035 | 안정형 원리금보장 | 중립투자형 TDF2040 |
| 은퇴 임박 (5년 이내) | 안정형 원리금보장 | 안정형 100% | 안정투자형 일부 |
TDF 은퇴연도 고르는 공식
TDF에 붙는 숫자는 이 공식으로 고르면 돼요.
추천 TDF 연도 = 본인 출생연도 + 60년
예를 들면 이렇게요.
| 출생 연도 | 2026년 현재 나이 | 60세 은퇴 예상 | 추천 TDF |
|---|---|---|---|
| 1966년생 | 만 60세 (은퇴 직전) | 2026 | TDF2025 |
| 1976년생 | 만 50세 | 2036 | TDF2035 |
| 1986년생 | 만 40세 | 2046 | TDF2045 |
| 1996년생 | 만 30세 | 2056 | TDF2055 |
원금 1억원, 30년 후 얼마가 될까요
연 수익률이 몇 퍼센트 차이 나는 게 별거 아니라고 느껴질 수 있어요. 복리로 굴리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져요.

| 상품 | 연 수익률 가정 | 30년 후 금액 | 원금 대비 |
|---|---|---|---|
| 원리금보장형 | 3.0% | 2.43억원 | 2.4배 |
| 중립투자형 BF | 7.0% | 7.61억원 | 7.6배 |
| 적극투자형 TDF | 10.0% | 17.45억원 | 17.5배 |
(단순 복리 계산·세금과 수수료 미반영·실제 수익률은 달라질 수 있음)
원리금보장형과 적극투자형의 차이는 30년 뒤 약 15억원이에요. 같은 1억원인데 누군가는 2억원대에 머물고, 누군가는 17억원으로 커진다는 얘기죠.
물론 10% 수익률이 매년 나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과거 20년 글로벌 주식 평균 수익률이 연 7~9% 수준이었던 걸 감안하면, 30년 장기로는 원리금보장형과 주식형 사이에 이 정도 격차가 생기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주요 6개 사업자 강점 정리
통합연금포털에서 확인한 2025년 4분기 공시 기준, 주요 사업자별 강점 영역은 이래요.
| 사업자 | 강점 영역 | 1위 상품 1년 수익률 | 특징 |
|---|---|---|---|
| 한국투자증권 | 적극투자형 | 26.62% | BF1, 8분기 연속 증권사 1위 |
| 미래에셋 | TDF·자산배분 | 누적 42.86% (TDF2035) | 디폴트옵션 전용 펀드 설정액 1위 |
| 삼성생명 | 중립투자형 (보험권) | 15.21% (6개월) | 보험권 적립금 1위 |
| NH투자증권 | 중립투자형 | 14.52% | 대형 증권사 중 중립형 상위 |
| 한화생명 | 3년 누적 | 3년 53.93% (BF1) | 전체 3년 누적 1위 |
| KB국민은행 | 적립금 규모 | 은행 평균 8.80% | 디폴트옵션 적립금 1위(10.9조원) |
주의
사업자별 수익률은 분기마다 바뀌어요. 가입 전에는 반드시 금감원 통합연금포털(100lifeplan.fss.or.kr)에서 본인 가입 사업자·본인 위험등급 상품의 최신 공시 기준일을 확인하세요.
내 디폴트옵션 확인·변경 3단계
지금 내 퇴직연금에 뭐가 들어있는지 확인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에요.
1단계. 가입 금융사 앱·홈페이지
- 은행·증권사 앱 → 퇴직연금 메뉴 → "사전지정운용상품" 또는 "디폴트옵션"
- 현재 지정 상품, 적립금, 1년 수익률이 표시돼요
- 원리금보장형·안정형으로 되어 있다면 검토 대상
2단계. 금감원 통합연금포털
- https://100lifeplan.fss.or.kr 접속
- 공동인증서·금융인증서로 로그인
- "내 연금 조회"에서 DC·IRP·국민연금·개인연금까지 통합 조회
- 여러 금융사에 계좌가 있을 때 특히 유용
3단계. 변경 원할 때
- 같은 금융사 앱에서 "디폴트옵션 변경" 선택
- 위험등급 재설정 → 상품 선택 → 매도·매수 진행
- 기존 상품 매도 → 현금화 → 새 상품 매수까지 2~5영업일 소요
- 디폴트옵션 변경 횟수에는 제한 없음
갈아탈 때 주의할 것 4가지
변경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몇 가지는 미리 알아두면 손실을 줄일 수 있어요.
① 이율보증형 보험은 중도해지 페널티가 있을 수 있어요
GIC(이율보증형 보험) 상품은 중도해지 시 해지공제 1~3% 수준을 차감당할 수 있어요. 상품별 사업방법서 확인이 필수예요.
② 매도~매수 공백에 시장이 움직일 수 있어요
펀드 환매는 국내 펀드 T+3, 해외 펀드 T+5 이상 걸려요. 이 공백 기간에 시장이 급등하면 해당 상승분은 놓치게 돼요. 반대로 하락하면 유리해지는 거죠.
③ 상품 변경은 과세이연을 깨지 않아요
IRP·DC 계좌 안에서 상품만 바꾸는 건 세금 이벤트가 아니에요. 다만 계좌를 해지하고 일시금으로 받으면 과세이연이 깨지면서 세금이 크게 붙어요.
④ 사업자 이전은 별도 절차예요
금융사 A에서 금융사 B로 퇴직연금 계좌를 옮기려면 계약이전 신청서 제출이 필요해요. 완료까지 7~14영업일 걸리고, 이전 기간 중에는 시장 노출이 끊겨요. 수익률·수수료를 꼼꼼히 비교하고 옮길 가치가 확실할 때만 진행하는 게 좋아요.
초보가 자주 하는 실수 5가지
실수 1. 계좌만 만들고 상품 미지정
디폴트옵션 도입 후 2년 만에 초저위험(안정형) 적립액이 약 91배 증가했어요. 대부분은 "선택이 어려워서" 방치한 결과예요. 2주 안에 본인 성향에 맞는 상품을 수동으로 지정하는 게 첫걸음이에요.
실수 2. 원리금보장형만 30년
"원금 손실이 싫어서"라는 이유로 연 2~3% 상품만 고집하면, 물가 상승률(3%대)을 감안한 실질 수익률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어요. 20~40대는 일정 비중은 실적배당형에 두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해요.
실수 3. TDF 은퇴연도 오지정
35세 직장인이 TDF2030을 고르면, 5년 뒤 은퇴를 가정한 보수적 운용을 30년 동안 하게 돼요. 반대로 55세가 TDF2060을 고르면 은퇴 임박한 자금을 주식 80%로 굴리는 셈이죠. "출생연도 + 60년" 공식만 기억하면 돼요.
실수 4. 주거래만 보고 사업자 선택
"월급 통장이 여기니까" 같은 이유로 사업자를 고르면, 수익률·수수료를 비교하지 않은 채 30년을 가게 돼요. 운용보수 1%p 차이는 30년 복리로 누적 수익률을 30~40% 깎아요. 통합연금포털에서 본인 위험등급 상위 10개 상품만 비교해도 차이가 확 벌어져요.
실수 5. 이직 시 IRP 이전 안 하고 일시금 수령
퇴직금을 IRP로 이전하지 않고 일반 계좌로 받으면 퇴직소득세 전액 + 운용수익 16.5% 기타소득세가 붙어요. 그동안 받았던 세액공제도 환수될 수 있어요. 이직 전에 IRP 계좌를 먼저 개설하고 회사에 "IRP로 지급해 달라"고 요청하는 게 기본이에요. 퇴직소득세 구조는 퇴직소득세 계산 가이드에서 더 자세히 다뤘어요.
마무리 — 오늘 할 수 있는 한 가지
디폴트옵션은 '한 번 설정하고 30년을 가는' 선택이에요. 그런데 85% 이상의 가입자가 "잘 모르겠다"는 이유로 수익률 2~3%에 묶여있죠.
이번 주 안에 딱 하나만 하면 돼요.
- 금융사 앱 또는 통합연금포털 접속
- 현재 내 디폴트옵션 상품 확인
- 안정형이라면 본인 나이·은퇴까지 기간을 기준으로 중립투자형 이상 검토
30년 뒤 내 퇴직금 규모가 달라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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